: 불안, 우울, ADHD, 수면장애가 일상이 된 사회

출근길, 무심코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는 사람.

별다른 이유 없이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리고, 손끝이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는 사람.

한밤중, 견딜 수 없는 불안감에 깨어나 “혹시 지금 내가 죽는 건 아닐까” 하는 극단적인 생각에 혼자 119를 누르려다, 결국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 사람.

이제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. 우리는 지금,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‘조용한 붕괴’ 속에 깊숙이 잠겨 있습니다. 불안장애, 우울증, 공황장애, 수면장애, ADHD, 강박장애…

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이 정신질환들은 이제 우리 삶의 한 조각처럼 스며들어 버렸습니다.

더 이상 특별한 문제가 아닌, 그저 일상 속에 섞여 있는 ‘너무나 평범한 고통’이 되어버린 것입니다.

일상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정신질환

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,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합니다. 그리고 이 씁쓸한 수치는 매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. 한국인의 우울감 경험률은 부끄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, 청소년 ADHD 진단은 미래를 불안하게 하듯 매해 급증하고 있습니다. 20~30대 여성의 항우울제 복용량은 10년 전보다 무려 2배 이상 증가했으며, 직장인 3명 중 1명은 잠 못 이루는 밤 속에서 수면장애와 씨름하고 있습니다.

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.

“이 정도 불편함은 다들 겪는 것 아니겠어?”라며 애써 참고 버텨냅니다.

하지만 우리의 몸은 모든 것을 정직하게 기억합니다. 점점 기분은 가라앉고, 풀리지 않는 피로는 끈덕지게 쌓이며, 집중력은 흐릿하게 사라져 갑니다…

우리의 무너짐은,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소리 없이 시작됩니다.

문제는 당신이 아니라, 지금 이 ‘병든 사회’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화살을 겨눕니다.

“혹시 내가 남들보다 유난스러운 걸까…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지?”

“내 정신력이 약해서, 이 정도 고통도 이겨내지 못하는 건가 봐.”

“다들 이렇게 힘든데, 나만 징징거릴 수는 없지… 이 정도는 당연히 참고 살아야지.”

하지만 정신질환은 결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온전히 극복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.

그보다 먼저 우리가 직시해야 할 진실은, 지금 이 사회의 숨 막히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.